[집단상담 후기] 「내 인생 다시 피어나기(Blooming Again)」, 어느 참여자의 자서전 (1)

지난 프로그램의 마지막 시간에 그동안의 경험을 돌아보며 나만의 자서전을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은 참여자의 동의를 받아, 어느 참여자가 써 내려간 이야기를 익명으로 소개합니다.
마음을 이어주는 사랑 전문가 - YJ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온다고 하면 나는 늘 마음이 분주해졌다. 황급히 장롱 속에서 아버지의 옷을 꺼내 방 안에 걸어두고, 문 앞에는 아버지의 신발을 가지런히 놓아두었다. 아버지가 집에 계신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어린 나는 아버지가 우리와 함께 살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슬펐다.
아버지는 서울에서 다른 살림을 차려 살고 계셨고, 그곳에는 배다른 오빠들까지 있었다. 아버지는 어쩌다 한 번씩 집에 내려오셨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늘 침묵과 어두움,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서글픔이 감돌았다. 나는 어린 나이에도 외로움이 무엇인지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아버지가 집에 오시는 날이면 집안 공기는 더 어색해졌다. 서먹한 엄마와 오빠들 사이에서 나는 일부러 애교를 부리며 분위기를 풀려고 애썼다.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는 집안에서 나는 작은 외교관이 되어 이 방 저 방을 오가며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려 했다. 어린 딸이었지만, 나는 늘 가족의 감정을 살피고 눈치를 보는 아이였다.
어머니는 현숙한 종갓집 맏며느리였다. 아버지가 서울로 전근을 가실 때도 시댁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따라가지 못하셨다. 그 선택은 결국 우리 가정의 비극이 되었다. 어머니는 평생 단 한마디의 원망도 크게 내뱉지 못한 채 묵묵히 견디며 사셨다. 그리고 끝내 간경화로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지금도 어머니의 병이 단지 몸의 병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속으로 삼키고 참아낸 슬픔과 외로움이 어머니의 몸을 천천히 무너뜨렸는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는 뒤늦은 후회를 하셨다.
"종갓집 살림은 잊어버리고 같이 서울로 가자고 내가 왜 한 번만 더 강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후회였다.
나는 오랫동안 내 삶을 불행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사랑받지 못한 어린 시절, 외로움, 가족 안에서의 긴장과 침묵.. 그것들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상처로 남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깨닫게 되었다. 그 시간들이 나를 무너뜨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내 인생 다시 피어나기"의 세미나 시간에 배운 것이 있다.
H 교수는 말씀하셨다. 하루에는 낮과 밤이 있듯이 모든 현상에는 양면성이 있다고. 그러니까 나의 외로움과 수치심은 약점인 동시에 강점이라는 것이다.
나의 잃어버린 어린 시절은 무엇을 강점으로 안겨주었는가?
나는 그 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을 배웠다.
말하지 못하는 슬픔을 알아보는 눈을 갖게 되었다.
외로운 사람의 침묵을 이해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아픔 곁에 조용히 머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늘 누군가의 마음을 이어주기 위해 애쓰던 아이였다. 이제 나는 안다. 그 아이는 사랑받고 싶었던 동시에, 사랑을 나누고 싶었던 아이라는 것을.
내 인생은 상처로만 끝나지 않았다.
메마른 겨울 끝에서 다시 꽃을 피우는 나무처럼, 나 역시 긴 시간을 지나 다시 피어나고 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부끄러워하며 아버지의 신발을 문 앞에 놓아두던 어린아이가 아니다.
나는 내 삶의 슬픔까지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아픔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
그리고 이제는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참 오래 견디며 살아왔구나
이제는 네 인생도 다시 피어나도 된다."
한 사람의 삶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내 인생 다시 피어나기」는 그 이야기를 꺼내어 바라보고, 나의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소중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신 참여자에게 감사드립니다.


* 프로그램 신청을 원하시면 아래 사진을 클릭하여 정보를 확인해주세요.
홍경자심리상담센터

- 이전글내 인생 다시 피어나기(Blooming Again)의 내용과 지난 참여자 후기 (2) 26.09.10
- 다음글내 인생 다시 피어나기(Blooming Again)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것들 26.09.0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